[회사의 급여, 복지에 대해]
회사에서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 것이 3가지가 있다. 인사, 돈, 노동법. 오늘은 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입사나 이직하기 전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견주던 연봉이지만 막상 결정을 내리고 나면 급여명세서도 잘 열어보는 일이 없다. 내가 돈에 초연해서가 아니다. 어차피 내가 열심히 급여 명세서를 들여다본다 한들 달라지는 게 없다는 체념같은 것이다.
기준부터 잘잡자, 기본급.
계약서로 체결하는 연봉은 세전 연봉이다. 4천만원을 받기로 했으면 보통 거기서 10%정도는 각종 보험료로 공제되기 때문에 연봉 나누기 13~14정도하면 월 수령액이 거의 맞다. 그중에 1은 추석과 설에 나눠서 나온다. 나는 사실 월정급여와 상여도 구분을 못했다. 쉽게 말하면 매월 주는 돈, 추석 설에 나눠서 몰아서 주는 돈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급여공제는 소득세, 주민세, 고용보험, 국민연금 등 나라에서 정한 비율대로 공제된다. 여기서 국민연금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하면 소속기관과 근로자가 같이 불입하는 형태인데, 연금이란 게 아주 나중에 찾게 될 돈이지만 매월 받는 금액은 작아도 큰 이슈없으면 끊임없이 쌓이는 돈이다. 휴가를 떠나도 차곡차곡 쌓이는 돈, 직장인의 유일한 장점이자 프리랜서가 직장인을 부러워하는 포인트이다.
티클모아 태산 업무상 활동비.
연봉 외 식비, 교통비, 복지 등 시시콜콜해보이는 이런 금액들이 쌓이면 생활비 부분에서 나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예전 회사직원들의 불만은 이상하게 일을 하면 할수록 손해나는 기분이라는 점이다. 실비기준 지급이 아니라 일부 영업직원들은 자기 기름값이 들어갔다. 차량 감가비는 당연히 받은 적이 없는데, 다른 회사는 나온다더라.
일하느라 나가는 고정비는 같거나 상승하는데 회사는 매년 비용을 줄였다. 최근에는 급기야 이제 노무비를 쓰지말라며 선포하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부문의 수익은 고공행진을 할 때였다.
사무직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내 돈으로 협력사 커피 사 주면서 미팅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다들 안쓰는 분위기이다보니 그렇게 자비를 들여 회사일을 하는 걸 당연시하는 이상한 문화가 형성되기도 한다. 누가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의 주머니에서 사용해서 굳은 노무비 한 푼 두 푼 모아 회사는 부자가 되고 계셨다.
회사 일을 위해 사용되는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회사는 생각보다 많다. 실 지출비용을 부정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관리를 하는 것은 맞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회사의 업무를 위해 필요한 돈만 사용했다.
MD는 깨끗하게 업무해야되서 아무 것도 받지 못하게 되어있다. 나도 대접받을 생각 없다. 많은 돈도 아니다, 상담할 때 커피 1만원 정도. 관리하는 협력사만 100개가 넘고 중요한 분들도 20개 가량 되고 최소 2주에 한번은 만나는데 노무비는 쓰지말고 협의는 해오라는 식이다. 협력사분들 경조사도 심심치않게 있는데, 모두 MD 개인 돈을 지출하게 되어있다.
다들 돈이 아까워서 외부에서 식사도 잘 안했다. 회사일을 자비로 하게끔 만드는 건 코묻은 아이 돈을 주머니에서 빼앗아 쓰는 격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복지.
불행히도 나의 예전 회사는 복지 제로, 성과급 업계 최저였지만 대외적인 이미지는 업계 최고였다. 자사의 상품 구매에 단 1원의 혜택도 없는 대기업은 여기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웃긴건 이 회사에서 자사 구매 나래비를 한번씩 한다는 점이다. 팀별로 무슨 포인트 많이 쌓기 대회같은 걸 열고, 혜택이 단 1원도 없는 자사 구매매출을 팀원 합산하여 전체 메일을 뿌리는 아주 고전적인 방식의 구매유도를 한다.
어이가 없는 방식이지만 이 자사구매가 시작될 때면 팀장들은 매주 월요일 회의에서 해당 장표를 띄워놓고, 자, 이제 우리 팀이 얼마입니다. 이번 주말에 모두 00마켓을 갑시다 하는 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염치도 없는 회사였다. 아직도 그런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CJ계열은 올리브영 구매시 30~40% 할인, 영화 혜택, 자사 음식점 혜택이 있으며, 신세계계열은 스타벅스 30%할인, 백화점, 이마트 할인 등 파격적인 자사 구매 복지혜택을 가지고 있다. 배민은 월요일 늦은 출근과 도서 무한 지원 등 복지로도 유명하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중에도 직원복지에 특히 신경쓰는 곳들은 웬만한 대기업보다 나은 곳도 있다.
굽네치킨 사장님 인터뷰 보면 상당히 직원 복지에 신경쓰는 걸로 보인다. 결혼하는 직원들만큼 솔로들도 챙겨준다는 기사에 감동했었다. 이런 디테일! 나 그 치킨회사랑 1도 상관없는데 왠지 치킨 먹을 땐 자꾸 굽네로 시키게 된다.
워낙 취업시장이 어렵다보니 아무 혜택을 주지 않아도 여기 올 사람은 많다고 생각하는 회사도 있다. 그곳에서 시작은 할수 있어도, 유능한 인재들이 머무르지않는다. 회사의 수익과 위상이 업계 최고 라면 복지도 어느정도는 맞춰주는 게 맞다고 본다. 근로자는 그저 비슷한 일을 하고 보다 나은 환경에서 나은 소비를 하고, 생활하고 싶을 뿐이다.
아주 소소한 금액들이지만 일상에서 자사 계열사를 할인을 받으면 애사심이 샘솟는다. 매년하는 정신교육 나부랭이 할 필요도 없다. 복지는 우리가 좀더 노력해서 더 나은 기업으로 가고싶은 이유이다.
주인 맴맴, 성과급.
S전자 성과급으로 차를 샀다더라, 집을 샀다더라하는 카터라 통신은 들어봤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성과급으로 그런 일들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성과급은 말 그대로 성과가 회사의 기준에서 발생해야 주는 돈이다.
우리회사도 많아야 1~3백선이었는데, 보통 업무로 더 많이 쓰는 내 개인 자동차 보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었다. 성과가 났는데도 지급이 안 된 해도 있었다. 성과급 0원이었던 그해에 마지막 날, CEO 손편지가 사내 게시판에 올랐다. 주주들이 배당잔치를 하고, 임원 성과급이 억단위라는 걸 알고 있는 임직원들은 분노했다. 아무리 우리가 주인집 노비여도 이건 심했다. 대외적인 구호는 맨날 세계 최고를 외치면서 성과급 줄때는 그말이 쏙들어간다.
우리는 성과급으로는 대한민국 1등은 커녕 업계 1등도 해본 적이 없다. 그게 매해 반복되니 구성원들도 바라지도 않는다. 그걸 노린걸까?
그래도 어디에 호소할 수 없다. 성과급의 지급은 정말 주인 맘이다. 목표를 많이 높이고, 비용을 많이 빼면 안줘도 될만큼의 성과지표가 산출된다. 우리는 분노했지만 하는 수 없이 계속 그 곳에서 일했고, 매년 마음을 졸이며, 주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50만원도 감사하게 받았다.
가끔 이직을 하면서 기본급여를 거의 올리지않고, 성과나 여타의 다른 요소들로 연봉이 인상되게끔 맞춰주겠다는 경우도 있다. 매년 우리가 이만큼의 성과급을 받았기에 더 높은 급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한 유명 화장품 회사에서 성과급이 현저히 적게 나갔던 적이 있다. 회사의 성과가 안났는데 안나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말을 믿고 회사를 옮겨서 일하던 경력직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노동을 제공하고 살아가야한다면 주인집 마인드가 어떤지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이 와중에도 우리 직원을 이 업계의 최고 대우는 해주려는 회사가 있고, 명성과 성장률에 비해서 직원대우는 최악에 가까운 회사도 있다. 예전 회사가 어떤 수준이었는지는 경력 이직이 많은 회사에서 그들의 만족도를 보면 알수 있다. 이상하게 나의 예전회사 출신들은 어딜가나 매우 만족하면서 회사를 다닌다. 우리가 최악이었던 사실이었던 것 같다. 회사여, 소탐대실하지 마라.
[이직 꿀팁]
- 회사를 입사하기 전에 그 회사의 연봉수준과 함께 복지, 그리고 직원을 대하는 태도 정도는 알아볼 필요가 있다. 조금만 알아보면 그 업계 최악 회사 정도는 거를 수 있다.
- 유용한 앱 추천 : 크레딧잡(연봉정보), 잡플래닛 (회사 분위기, 복지 수준 파악 가능)
- 김경필 선생님의 짧은 강연에서 들은 내용으로는 2017년 기준 대한민국 전체 신입사원의 연봉 평균이 3,400~3,500만원, 월급 약 260만원이라고 한다. 여기서 딱 약 40%인 115만원을 7년을 불입하면 1억이 된다. 신입사원으로 첫 월급 받으면 그때부터 무조건 40%는 저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 당신이 이직을 준비한다면 급여는 지금 받는 총 연봉의 10~20%가량 올리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가급적 기본급여를 올리는 것을 추천한다. 홈택스 원천징수세액 조회해보기.
- 월급쟁이로 좀더 살아야할 상황이면, 남이 퇴사한 이야기 부러워하지마라. 퇴직 상태 이직이라면 연봉 인상은 어려울 수 있다. 이직은 재직상태에서 가는 게 백번 유리하다. 너 아니어도 나 만날 사람 많아. 그러니까 잘해. 항상 연애의 기본자세 잊지말자.
MD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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