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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장 생존법(브런치)

입사 전에 '감' 잡기

[묻지마 지원서를 남발하면 안되는 이유]

 

회사 업무 대학 졸업장의 상관관계는? 블라인드 채용도 늘었지만 결국 대학 졸업장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건, 서로를 알아가기엔 우리가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졸업장과 스펙은 그 사람의 성실성을 체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졸업장과 스펙을 준비했다 = 성실하다, 안타깝지만 이런 공식이다.


영업에 초점을 둔 회사에선 사실 졸업장은 더 의미가 없다. 대신 약간 영업 감각 같은 게 몸에 탑재되어야 하는데, 사람의 성향과 적극성에 비례한다. 비단 유통만의 문제는 아니다. 은행원도 증권사도 대부분의 회사 업무에서 영업마인드를 가진 적극적인 자가 높이 평가 받는 건 사실이다.
당신이 좀 적극적이고 빠릿빠릿한 편이라면, 이런 류의 회사에서 잘 적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말도 조리있게 잘하면 더 수월하다. 내가 좀 그런 성향은 아니다 싶으면 보다 섬세하고 반복적인 다른 직무로 눈을 돌리는게 맞다.


 

나와 맞지 않는 분야에 잘못 발을 들이면 최소 몇 개월에서 몇 년까지,

당신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


나와 이 곳이 정말 맞는 곳인가? 입사전에 알아볼 수 있다면 충분히 알아보길 권한다. 물론 신입사원에게 이런 직무탐색의 기회가 주어진다. 신입사원 연수 시절, 편의점, 물류센터, 수퍼마켓 정도를 각자 다른 직무를 경험했다. 몸이 가장 힘들었던 건 물류센터. 정신이 가장 힘들었던 건 수퍼마켓이었다.


먼저 물류센터. 우리는 매일 상품을 구매하지만, 이 상품이 어느 여정을 거쳐 내 손까지 오게 되는 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다. K사가 무슨 물류센터를 몇개를 지었다더라, 투자를 했다더라, 물류가 미래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주워 듣지만, 실상 물류의 현실은 어느 유통채널이나 가장 하드코어에 속한다.


물류센터는 허허벌판이나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상품들이 꼭대기까지 보관되어 있고, 배송 차량이 주르륵 늘어서있다. 공간이 워낙 크기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점포의 발주는 10시에 종료된다. 전산으로 받은 발주 수량만큼 점포별로 피킹(담기)하여 배송 차량에 태워 보낸다. 차량은 몇 개의 점포 코스를 돌며 발주한 상품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전달해준다. 센터의 업무는 그 차량에 담길 박스를 채우는 일이다.


수 천가지 상품 중에 어떻게 그 점포의 수량을 알아낼까? 예를 들어 한 점포의 코드를 입력하면 그 점포가 발주를 넣은 칸만 불이 반짝인다. 레일카 같은 것을 끌고 다니며 불이 켜진 곳의 상품을 담는다. 혹은 바구니가 레일을 타고 이동하면 불이 켜진 상품을 수량만큼 넣는 방식도 있다. 우리는 간단한 설명만 들은 채 실전 피킹에 투입되었다.
그날 피킹 오류는 최고치를 찍었다고 한다.

 


우리 동기 100여명 중 물류를 지원한 동기는 3명남짓이었는데, 그나마도 지금은 한 명 남고 다 퇴사했다. 물류부문장이 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던 똑순이 동기가 그만둘 땐 정말 심난했다. 일의 강도가 세다보니 현장 퇴사자가 많아 늘 인력부족했다. 물류 대란이라 일컫는 시즌이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무실 직원까지 단체 동원되어서 피킹하는 일은 너무 일상이라고 했다.


동원되는 명목은 우리 부문이 힘들다, 모두 힘을 모으자였다고 한다. 나에게 남은 희망이 있을 땐 무얼 해도 으쌰으쌰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이 없는 상태에서 지속된 희생강요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부문보다 내가 먼저 죽게 생겼다.


 

묻지마라, 문어발식 지원으로 얻어걸리길 바라면 정말 잘못 걸릴 수도 있다.


좀 친분이 있던 채용담당자가 이런 말을 했었다. 어떤 생산직은 빵을 만들어야해서 출근이 4~5시였다고한다. 그 부문 사람 뽑을 때는 아무나 걸려라 그물망 치듯이 공고 띄우고 늘 간절히 기다렸다고했다. 물론 아무나 뽑진않았겠지만,

당신이 잘 안보고 던진 투망이 아무도 가지 않는 그물망에 걸릴 수도 있다. 


입사하기 전까지는 모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꼼꼼히 알아보라. 학교에서 하는 직무강의, 멘토링 기회가 있다면 꼭 참석하고, 아주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라면 직무강의료 아까워하지마라. 공짜로 알려주는 자리보다는 보다 정성스럽게 당신 인생의 방향을 가늠하는데는 도움이 될 말을 해 줄 수 있을것이다.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취준생 꿀팁]- 회사의 전반적인 속성이 나와 맞지 않다 싶으면, 묻지마 지원하기 전에 충분히 알아봐라.


- 입사후 근무할 환경도 놓치지 마라. 추운지, 더운지도 모르고 오면 안된다. 편의점 회사에 오면서 사무실에서 일할 걸로 생각하고 입사하면 금방 퇴사한다. - 입사 전에 알아보면 도움이 되는 현직자 멘토링 수단

 

(1) 코멘토(앱) :  현직자의 생생한 썰 확인 가능, 간단한 질문가능. 분위기 파악 정도(캠프 예산 10~20만원 / 5주코스, 소규모 수업으로 맞춤형 수업 가능/ 직무보다는 리더의 경험에 초점)


(2) 리드미(웹) : 현직/퇴직자의 상세한 경험담, 개인별 커리어패스 미리 확인 가능, 다만 맛보기 정도(예산 2~3천원 / 보고 싶은 글을 포인트를 지불하고 읽는 방식)


(3) 탈잉(앱)ㆍ숨고(앱) : 직무 특강 검색, 수강가능. 보통 3~6만원 정도. 비용은 들지만 효과는 가장 높다.(예산 2~6만원 / 강의 위주, 보다 직무에 적합한 전문적인 강의 들을 수 있음. 2~4시간 내외)


(4) 잇다(웹) itdaa : 관심 회사, 직무의 현직자 검색후 질문 가능, 다만 1개 이상의 질문을 계속 하긴 어렵다. 현업으로 바쁜 현직자들이 1원의 보답도 없는 답변을 잘 해주리라 기대하지마라. 계속 꼬리에 꼬리에 무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야속할 것도 없다. 좀 더 뜻이 있는 현직자를 초청하여 무료 코칭, 강연도 종종 한다. 잇다 모임 메뉴, 거기 내 관심직무가 있으면 신청해서 듣는 편이 낫다.


- 단, 너무 비싼 고가의 직무교육은 권하지않는다. 1~2회 특강만으로도 그 직무의 분위기나 나와 잘 맞을지 정도의 정보파악은 충분히 가능하다. 약간의 멘토링이 필요하다면 몇 번의 강의는 더 추가할 순 있겠다.


- 하지만 결국 아무리 외부에서 오래 길게 배워도 결국 자세한 직무는 회사에 들어가면 다 배운다. (아나운서, 쇼호스트 같이 실무 완성도가 높아야 입사 가능한 전문 직군은 제외)


MD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