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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장 생존법(브런치)

업무바보, 너만 모르는 슬픈 진실

[업무를 대하는 올바른 자세 익히기]

 

회사에서는 다양한 업무를 동시 다발적으로 해내야한다. 그 중엔 내가 잘 하는 업무도 있고, 정말 해도 해도 잘 안되는 업무가 있다. 주특기가 기획인지, 엑셀인지, 발표인지. 컨셉이 명확하면 나중에 어느 부서를 가게 되더라도 당신을 마다할 일은 없다.


편의점 회사에서 맡은 첫 직영생활. 사실 난 편의점을 거의 안 가던 편이라 세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밤에 술을 먹고 꼬장을 부리고, 피자전을 만들어놓고 도망가는지 몰랐다. 담배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처음 봤고, 닦아도 닦아도 계속 더러워지는 바닥은 마술 바닥이었다.


나랑 같이 배정받은 오빠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회사에 좀 늦게 입사한 편이었는데, 한참어린 점장에게 가르침을 받는 신세가 되었다. 점장은 1급인 우리를 그다지 탐탁치 않아했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말한 일 잘하는 2급 선배였다. 여튼 2급이 1급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지 않는 현상은 어느 점포나 비슷했다.


 

내가 발령받은 근무지에 먼저 와 있는 모든 사람은 '선배님'이다.


직급 여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배울 점이 있다. 편의점은 24시간 돌아가기에 아르바이트생도 3교대로 쓰고 직원도 3교대를 한다. 직원 근태는 점장이 짜기 때문에 점장들은 거의 평일 1근이다. 오전에 발주를 해야해서 점장이 꼭 1근 출근을 해야한다고 들어, 당시 나는 발주가 엄청 대단한 건줄 알았다. 발주? 지금은 눈 감고도 할 거다. 그냥 평일 1근이 제일 편하다.


나와 동기 오빠는 하루를 다 잡아먹는 2근과 주말근무를 주로 하게 되었고, 1급 선배는 야간을 주로 했다. 우리는 청소나 물건채우기 같은 단순 노동만 했다. 한달이 다 되어갔지만 점장은 유용한 점포 관리의 스킬 따위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대신 그 점포에서 만난 1급 선배가 너무 상냥하고 좋은 분이었다.

 

그 선배가 몰래 발주하는 법도 가르쳐주고, 편의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엇을 관리해야하는지 이것 저것 많이 알려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작은 지식이지만, 그때는 그게 무슨 비법이나 되는 양 신기하고 배우는 게 즐거웠다.

 

 



하지만 나도 싫어하던 업무가 있었다. 전도란, 그 점포의 예비돈과 복권 같은 걸 매일 결산하는 업무데, 문학도에게 수학은 아킬레스건이다. 이상하게 나의 전도는 늘 잘 안 맞았다. 점장에게 물어보기 싫은데, 그게 안 맞을때는 퇴근한 점장에게 전화를 해서 한심한 질문을 했다.


나 나름 대학 나와서 똑부러지게 살아왔는데 왜 우리 점포 전도는 안 맞을까? 당신이 못하는 업무가 싫어하는 업무일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서 그치면 당신은 업무바보가 된다.

 

회사 내 업무바보, 생각보다 많다.


꼰대의 제 1언어가 바로 '내가 해봤는데~'이다. 예전 회사 팀장은 뭐만 들고 가도 저런 류의 이야기를 했다. 업무를 안다는 것은 연차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1년을 하든, 5, 10년을 하든 업무를 알고자하는 태도가 없는 사람은 항상 모른다. 오히려 내가 해봤다는 고집때문에 더 모르고, 더 답이 없다. 당연히 모르니까, 잘 못했을게 자명하다.
물어도 정확히 아는 게 없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태도를 가진 선배에게선 얻을 게 없다. 오히려 그런 사람 주변에 있으면 그 사람이 모르는 그 업무를 당신에게 떠밀 가능성이 높다. 대체로 최악의 선배는 업무 고자 중에 있다.

이제까지 내가 잘 하는 것을 위주로 하면서 살아왔기에 업무에 있어서 나의 장단점을 잘 모를 수 있다.


회사의 업무는 계속 밀물처럼 밀고 들어오기에 내가 모르는 것을 그 때 묻고 알고 넘어가지 않으면 모른채 살아간다. 한 순간의 삶의 태도는 당신의 회사생활을 좌우할 수 있다.


직영점포 생활은 밤낮이 뒤바뀌고 손님들과 크고 작은 실갱이도 많지만, 나의 회사생활 중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수많은 연습과 물음 끝에 나는 전도도 혼자 척척 해나갈 정도가 되었고, 바로 그 때쯤  첫 근무를 시작한 그 점포의 점장이 된다.


나한테 포스 알려주던 알바들도 내가 점장이 된다는 소문에 점점 내 이야기를 좀 더 귀기울여 듣는 느낌이 들었다.
실세 등극. 이것이 권력인가? 점장으로 직영생활을 하는 건 두 배로 즐겁다.



[회사생활 꿀]


- 모르는 업무는 최소 두 사람에게 물어보라. 각자 다른 답이 나올 수 있다.


- 한 사람에게 물어 본 것을 또 물어보는 것은 실례이다. 한번 알려 줄때 잘 새겨듣고 메모하고 숙지하라.


- 업무시간은 누구나 짧고, 그만큼 소중하다. 당신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시간만큼, 그는 두배로 다른 시간을 할애해서 자기 일을 끝마쳐야한다. 가르침은 항상 감사하게 받고, 업무로든 당신이 할 수 있는 작은 것이든 보답하는 자세를 가지자.


- 내가 잘 못해서 싫은 업무도 끝까지 한번 알고자 노력해보라. 입사 초반에 업무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가 정말 평생간다. 업무 고자라서 최악인 선배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는가.


- 유연하게 사고하라, 딱 내 업무만, 딱 이 기준까지만. 그렇게 업무하면 당신도 업무가 늘지 않는다. 내 시간을 조금 할애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면 결국 나도 도움을 받게 되어있다.


MDmon